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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가 바로 서려면 스스로 돌아보는 게 먼저다.

    보통 사람들은 정부를 사람의 몸에 비유하여 이야기하고들 한다. 머리가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칫 한눈팔다 중심을 잃으면 국가가 넘어진다는 표현을 회유적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전에 정말 바르고 제대로 우뚝 선 나라를 위해선 머리가 아닌 다리가 먼저라는 생각을 한다.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 이전에 바르고 선량한 시민의식이 먼저라는 소리다.

    내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이패드로 수집되어온 정보를 훑는 일이다. 나에겐 굉장히 오래전부터 구축된 하나의 시스템적인 행동인데 정보를 수집하고 거르고 또 걸러진 사이트 약 150개와 최근 이슈로 급부상하는 주요 키워드(4차 산업이라던가)들은 따로 자동 수집하도록 설정하여 여러 방면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이트에서 수집되어 온 정보들은 자동 분류를 거쳐 정보를 색출하며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나에게 최종적으로 보이는 정보가 아침에만 천 개 이상. 그리고 보통 하루에 최소 10번 정도는 들여다보니 어림잡아 최소 오천 개 이상의 정보를 하루에 접한다. 그렇게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양질의 정보는 따로 보관을 해두는데 그 수가 하루에 2~3개 정도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수많은 정보 가운데 유독 아래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다른 부분은 모두 흐려진 느낌이 들 정도로 나에게 선명하게 다가온 이 기사들은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나온 적반하장 행동들에 관한 기사였다.

    '어린이집, 병원에서도.피할 곳 없는 담배연기'
    '담배 꽁초 쓰레기장 된 거리'
    '어린이집 앞 자욱한 단배연기..."왜 나만 단속" 되레 욕설'

    국민성이 미개하다고 했던 아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어 정몽준이 사퇴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 당시 여론이 들끓었지만 우습게도 요즘 사람들은 국가를 헬조선이나 지옥 불 반도라 부르며 동시에 위와 같은 기사가 올라올 때면 '정몽주니어 1승 추가'를 외치며 그의 승리를 자축한다. 언젠가 정몽주니어 승패 기록실이 등장하여 운영되기도 하였으며 그의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기억이 난다. 우스운 말이긴 하지만 그때 여론이 필요 이상으로 들끓었던 이유는 그의 경솔한 태도의 문제도 있지만, 정치 네거티브 공작에 의한 과도한 선동이었지, 그 본질 자체는 고작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시선이 아주 정확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요즘은 길을 걸어도 표정 없이 걷기가 힘들다. 웃으며 다니진 못해도 최소한 찡그리진 않아야 하는데 앞뒤로 길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빌딩 앞에선 양복쟁이들이 그 넓은 인도에 스모크 커튼을 만들어 대는 통에 길을 지나가기도 고역스러울 정도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이에게 간접적인 폭력을 행사 당하는 것이다. 

    시민 의식에 관한 말이 나왔으니 관광지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광지는 매스미디어에서 떠들어 대는 만큼 볼거리가 있는 곳은 드물고 100이면 99곳이 관광업은 뒤로한 채 먹거리 골목과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형성되어 있어서 사실상 바로 내 집 앞의 골목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특히나 부산이나 인천은 이제 관광지라고 불리기 무색할 정도로 쓰레기나 호객꾼이 더 많은 곳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 

    "양심도 두고 갔다" 광안리 수변공원 쓰레기 사진에 '공분'

    실제로 위 기사는 내가 수변공원에 방문한 지 하루 뒤에 올라온 기사다. 당시 오랜만에 본가를 방문했던 난 친구들과 부산으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잠시 광안리를 방문했는데 나는 그때 수변공원의 처참한 광경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악취는 기본이고 공원 대부분이 쓰레기로 가득하고 그 와중에 사람들은 좁은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있고 바닥은 뭘 그렇게 흘려 댔는지 끈적거리고 호객꾼은 넘쳐나고 넘실대는 바다엔 물보다 음식물 쓰레기와 스티로폼, 페트병이 더 많이 보이는 그 현실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아 바로 다른 장소로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한가지 예일 뿐이지만 부산의 여러 지역이 더하면 더했지 덜한 곳은 없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현실은 이런 현상이 전국 어딜 가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관광지가 민간 업자에게 사업권이라도 넘어가는 날엔 다시는 그곳에 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관광지가 처참하게 망가진다. 그들에겐 보존보단 돈이 우선인 것이다. 멀리 볼 줄 모르는 것이다. 당장 황금알을 얻으니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다. 나는 향후 20년만 지나도 관광지라는 개념이 남아있을지조차 궁금하다. 모든 곳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데 말도 안 되는 바가지를 써가며 관광을 다닐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실제로 보라카이나 일본, 태국을 여행하는 것이 같은 기간의 제주도 여행 경비보다 저렴한 현실은 얼마나 관광지가 썩어서 곪아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실제로 유럽여행 경비보다 이 좁은 땅덩어리 전국 일주 비용이 더 비싸다고 하니 얼마나 우스운 현실인가?

    또 우리의 소상공인들은 어떤가? 아직도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가게가 있고, 대놓고 ATM 가서 뽑아 오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아직도 카드를 내면 눈치 주는 곳이 있고, 대놓고 현금 결제 시 할인을 해주며 대신 현금 영수증은 발급해줄 수 없다며 당당하게 말한다. 가끔 어떤 가게는 카드 결제를 하려면 10%를 더 내야 한다며 배짱장사를 하기도 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지금보다 젊었던 언젠가 나는 클러치에 늘 호신용 칼을 챙겨 다녔던 시절도 있었다. 밖에 나가면 수없이 많은 사이비 종교 전도자들에게 붙잡혀 설득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고 길에 널브러진 수없이 많은 노숙자, 지하철에선 대놓고 천원만 달라며 다가오는 할머니들, 수 없이 많은 폐인들. 심지어 출근길에 GS타워 지하에서 출근하는 여성들을 보며 웃으며 자위행위를 하는 이를 본 적도 있다. 또 가장 우스운 점은 수년간 노인들이 단 한 번도 본인의 돈을 내고 지하철을 타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놓고 뛰어넘어 다님에도 직원들이 통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나에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예를 들자면 끝도 없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생각건대 높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청렴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그저 국민의 프레임이 만들어낸 패러다임이 아닐까? 과연 박근혜 前 대통령과 최순실의 입장에 당신이 있었다면 당신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으리란 확신을 가질 수 있는가? 많은 돈과 권력을 쥐고 국가와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하나뿐인 친구 혹은 하나뿐인 자식이 있다면 그들에게 특혜 없이 타인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힘들게 공부시키고 고생시킬 자신이 있는가? 아마 그 누구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그녀들은 온 사회에 만연한 시민의식의 부재가 만들어 악마는 아니었을까?

    도대체 우리는 이런 시민의식을 가진 사회에서 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정치판에 모두 떠넘기는가? 유세 기간에 정치인 손 한번 잡고 제대로 된 나라 만들어 달라는 부탁만 던지면 그게 뚝딱 되는 건가? 시장에 와서 국밥 한 그릇, 고춧가루 구경 잠깐하고 가면 그들이 서민이 되고, 뿌리 박혀있는 관념이 바뀌는 건가? 반대로 생각해보라 당신이 어느 날 1,000억이 생긴다면 지금 대기업 총수나 기업 CEO와 같은 잣대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돈이나 제대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유흥과 도박에 빠지지 않으면 다행일 게다.

    도대체 이런 사회에서 무슨 제대로 된 나라를 꿈꾸는가?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걸출한 인물이 나오길 꿈꾸는가? 바라기 이전에 나부터 변해야 한다. 모든 게 국가 탓, 정치 탓, 대통령 탓을 하기 이전에 나부터 변해야 한다. 프렉탈(Fractal)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내가 바뀌어야 내 주변이 바뀐다. 내 주변이 바뀌면 또 그 주변이 바뀌고 그것이 확대되어 시민의식과 국민성 바뀐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정치가 바뀌고 더 나아가 나라가 정도를 걸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쓰러져도 일어날 수 있는 나라를 위해선 우리, 아니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오뚝이의 중심은 아래에 있다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