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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려내지 못하면 한 톨씩이라도 털어내는 것도 좋지

    내 평생을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앞과 뒤가 같고 말과 행동이 같은 이를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심지어 본인이 했던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지키는 이 또한 보지 못했다. 내가 순진한 것인지 좋은 인물을 못 만난 것인지. 요즘은 그냥 나와 그들이 포장지 속에서 살아가는 삶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사리 포장지를 벗기면 날것이 아닌 속 포장지가 나온다.

    대화도 질린다. 말을 해도 통하지 못하니 사실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짧은 대화임에도 몇 번씩이나 바뀌는 잣대가 나를 지치게 한다. 헌데 말을 너무 안 하면 말을 잘하던 사람도 말주변이 사라지니 회의록이나 강의록 따위를 따라 읽으며 말하기 연습을 하는 게 차라리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지? 아니다. 사람은 교류없이 살 수 없으니 깊이있고 진지한 대화보다 그저 만나서 반주 한잔하며 푸념이나 늘어놓고 가벼운 농담이나 던지며 호형호제하고 도원결의(桃園結義)하며{아니 주가결의(酒家結義)인가?}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게 삶을 살아가는 데는 더 도움이 되려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모른 척, 이해한 척 넘어갔던 많은 부분들을 어쩌면 무리를 해서라도 채찍질을 해야 했던 게 아닐까? 몰라서 모르는 게 아니라 다 알면서 모른 척 들어주고 배려하는 것이다. 정말 현명한 이는 이 차이를 안다. 하지만 내가 현명하다 믿고 싶었던 이들이 이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 이라는게 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이제 논리 없는 자기변호는 상대하기도 귀찮을 뿐더러 귀가 따갑다. 

    간단하게 조금 답답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나 길어졌다. 그래 뭐 답답함을 도려내지 못하면 한 톨씩이라도 털어내는 것도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