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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후기


    #리뷰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사랑을 그리는 영화. 

    사과는 서툰 남자와 익숙한 여자, 눈치 없는 남자와 그 모습이 우스운 여자. 사랑이 끝나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그 과정을 잔잔하고 소상히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옛사랑에 아파하던 여자에게 눈치 없이 다가오는 남자. 그 와중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했던 여자의 감정이 서서히 호기심으로 변하고, 역시 아닌 걸까? 맞는 걸까? 계산하고 재단하다가 몇몇 계기로 다시 한번 만남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익숙해지고 서로 알아가며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어가고, 새로운 사랑에 젖어 행복해하고, 그 결실을 맺는다. 

    살아온 환경이 달랐던 그들이 그려낸 생각하는 방법과 형성되어온 성격의 차이.
    세련되지만 의미 없고 가난하고 부박한 사교모임. 그 누구도 익숙하지 않은 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 그리고 속 쓰린 그날의 분위기
    평범하면서 투박하고 구질한 눈치 없는 시간낭비. 그 누구도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갑갑하고 이기적인 끼리끼리.
    절반은 거짓이며 또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을 좇는 가난하고 투박한 그 영혼에 지쳐가는 그들.

    언제까지나 사랑은 사랑일 수 없고 이상은 현실이 되어가며. 늘 물 흐르듯 부드러울 줄 알았던 관계는 사실 한쪽의 끝없는 인내 때문임을 서서히 깨닫게 되고 그 인내가 폭발하면서 부드러운 물이 사실은 여러 가지 암초와 굽이진 거칠 물길을 해쳐 나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여자.

    여자가 진정 원하는 건 전혀 알지 못하고 자격지심에 본인의 잣대로 모든 걸 결단 내리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보려는 남자의 현실, 혼자 판단하고 혼자 최선을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는 남자를 데리고 그저 둘이서 함께 조금씩이나마 헤쳐나가길 원하는 여자.

    그렇게 하루하루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이해하며 서로를 깊게 알게 되는 거라 자위하며 그렇게 알아가고 또 그렇게 넘어가는 그들.

    이후 한쪽은 우연을 가장해서, 또 한쪽은 우연히 재회한 옛사랑은 다시금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 파장을 일으키지만, 없으면 죽을 것만 같던 다시 만난 옛사랑은 그리워하고 아련해서 마음속에 꽁꽁 감춰둔 그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하기보단 초라하다. 그리고 싱겁게 꺼낸 구차한 옛이야기 몇 마디와 함께 진짜 끊어지는 인연의 실타래. 

    그리고 자존심과 안정을 원하고 현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현상을 고집하는 남자와 침착하고 정확한 여자의 시선 간의 대립과 갈등

    사실은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자존심에 본인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는 남자가 강요하는 희생과 그 희생의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는 여자.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 지쳐가는 여자, 그저 순간을 넘기고 잔잔한 날들이 지나가면 모든 게 해결되고 넘어갔다고 착각 속에 살아가는 남자. 그리고 그 무관심과 답답함에 내던져진 여자는 기댈 곳을 찾아 끊었던 실타래를 본인 손으로 다시 묶어버리는 여자.

    '엄마 나 이혼할까?'
    '해라. 너도나도 하는데.. 괜히 없마가 시집시집 했구나. 우리 식구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지?.. 다 내 잘못인가 봐'

    조금 더 참아 보려 노력하는 여자. 하지만 오랫동안 망설이던 그 말을 결국에 남자가 틀렸음이 현실로 다가 왔을때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던져버린 여자. 그리곤 동시에 유치해져 버린 옛사랑과의 시간 낭비. 그때야 깨닫게 되는 불균형. 그리고 잃어버린 균형을 찾기 위한 되짚음의 시간.

    따분하고 간질거림 속에 마주 앉아 어색하고 진지한 대화를 몇 마디 놓으며 여자가 알게 된 남자가 느껴오던 본인의 모습.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타인일 사람과 함께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게 진짜 현실임을 깨닫고 그렇게 좀 더 노련해지고 좀 더 단단해진 여자가 그때야 이해하게 되는 옛사랑이 떠나간 이유.

    '난 여태껏 사랑이라는 걸 그래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정말로 정말로 노력했던 적은 없던 것 같애. 미안해.'

    그리고 시작되는 여자의 고해성사와 참회.

    그리고 다시금 차곡차곡 쌓여나가는 무너져버린 성냥개비.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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