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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오기와라 히로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국내도서
    저자 : 오기와라 히로시(Hiroshi Okiwara) / 김난주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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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

    마음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흔히들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을까.

    ‘진짜’를 본 순간, 자신들이 서로를 위로하려 환상에 젖어 있는 ‘가짜’라는 걸 깨닫고 만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타인이니까.

    전부, 잊은 것이다. 내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던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왔을 때는 여름이 아직도 한참 계속되겠다 싶었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어느 틈에 가을이 찾아왔다는 걸 알았다.

    인간이라는 게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특히 단순 작업을 많이 하다 보면 빈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 못해 경영이다 인생이다 하는 철학 비슷한 것이 싹트는 법이라.

    이상적으로 여기는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자기 모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좋은 시절은 오래 계속되지 않는 것이라 좋은 법이죠.

    지금의 나는 당신 덕분에 있습니다.

    저,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앞머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는지 신경이 쓰여서.

    머릿속에 압핀으로 꽂혀 있는데, 정작 압핀으로 꽂은 메모지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도 하늘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의 스카이. 바다는 바보 같이 블루.


    #리뷰

    이 블로그 어딘가에 몇 번 적긴 했지만 최근 들어 소설책을 읽으려 노력중이다. 아니 사실 도피랄까. 상대적으로 쉽고 술술 읽히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다.

    꼭 읽고 싶지만(거짓말) 한 달여 전부터 읽다가 너무 고루해서 처박아 놓은 '명상록'이나, 몇 달째 첫 줄만 읽고 두께에 압도되어 펼치지도 않고 있는 '안나 까레니나', 근 2년째 이 책만 읽고 꼭 읽을 거야 하고 있는 '신곡', 마지막으로 들고만 있어도 똑똑해진 것 같아서 맨날 들고만 있는 '형이상학' 같은 부류의 책을 피하기 위한 핑계다.(언젠간..)

    잡설이 길긴 했지만 지금까지 난 소설을 의도적으로 꺼렸다. 뭔가 허구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싫었다고 할까. 지나치게 감성적인 내가 과몰입을 하는 게 싫었다. 그렇게 별로 접한적이 없었으니 좋은 소설을 찾는 눈이 많이 부족하고 어떤 소설이 나에게 잘 맞는지도 몰라서 그냥 내 느낌대로 소설책을 고르고 있다. 예쁜 표지 라던가 끌리는 제목이라던가. 이 책은 표지가 이뻤다.

    이 책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단편을 모아 펴낸 책인데 공통적으로 가족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주제로 하는 짤막한 글들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글들을 읽다 보면 가족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인간의 깊은 내면의 어딘가를 쿡쿡 누르는데(마치 수술대에서 의사가 신경을 건드는 것 처럼) 무덤덤하게 눌러지는 내면의 상처가 꽤 아프게 다가온다. 

    앞에서 내가 상대적으로 쉽고 술술 읽히는 책을 원했다고 했던가? 확실히 마지막 페이지에 다가가는 속도를 빨라졌지만, 결코 가볍거나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가벼이 생각했던 내 생각을 반성한다. 홀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속엔 생채기가 많이 났다가 다시 아물었으며, 가슴이 미어질 듯 먹먹했다 풀리기도 하며 감정선이 많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토록 마음의 동요가 심한 소설을 내가 읽은 적이 있었던가.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