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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展 : 평화와 정의' 관람기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展 : 평화와 정의' 관람기 

    '르 코르뷔지에 展' 이후 간만에 구미가 당기는 전시가 열렸다. 얼마전 끝난 '위대한 낙서 : The Great Graffiti 展'의 시리즈 전시인가 싶지만 정확하진 않다. 최근 들어 볼만한 전시가 없어서 갈증을 느끼던 차에 워낙에 유명한 작가의 전시라 망설임 없이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다. 이번 '셰퍼드 페어리 展'은 17년 4월 30일까지 진행되며 티켓 가격은 성인기준 13,000원이다.(사진 촬영 가능)


    나의 시선과 생각

    '최고의 예술은,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1 Obey Giant Campaign :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

    전시를 보는 이를 위한 약간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섹션이다. 진행요원에게 물었을 때 이번 전시는 브로셔나 도록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전시를 접한 나는 오베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몰라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개념이야 초입 섹션 설명에 나와 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첫 번째 섹션을 이해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결국 나는 잠시 서서 검색하고 알아본 끝에 오베이가 셰퍼드 페어리가 01년도에 만든 패션 브랜드임을 알게 되었고, 여러 데이터를 종합한 후에 제대로 된 관람이 가능했다.

    이 섹션을 보며 나는 비율의 탄력성과 사진에 팝아트 요소를 가미하는 기법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폰트의 굵기를 이용한 명암 조절은 '활자의 꼴'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2 Peace & justice : 평화의 정의

    전체적으로 색이 강렬하다. 총과 칼끝에 죽음이 아닌 꽃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다. 색상의 조합이라던가, 명암을 구분 짓는 시원시원한 선의 사용, 패턴의 단순 복잡함을 이용한 명암의 표현은 대단히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삼각형을 이용한 그라데이션 기법은 굉장히 획기적이었으며, 인물의 시선을 따라 구도를 반 토막 내어 강력한 효과를 주는 기법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명암을 나누어 인물을 부각하려는 기법인가?', '구도를 위해 강하게 부딪히는 색을 사용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한적인 컬러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하고 유연한 구도의 조합이 많아서 정말 놀라웠다.

    특히 이 섹션부터는 가까이에서 보면 얼핏 처음 일러스트를 배울 때 뜨곤 하는 일반적인 수준의 오브젝트 들인데 조금만 떨어져도 너무 깊이가 있는 부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몇 안 되는 색으로 이 정도의 깊이를 나타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또 섹션의 콘셉트가 평화와 정의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을 표현해낸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바마 미前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백인, 아시안 등등.


    #3 Artist Collaboration :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셰퍼드 페어리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한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 것들을 떠나 나는 여기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많은 작품 속에 첨가된 오베이의 로고 폰트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스스로 굉장히 놀랐으며, 또 신선함을 느꼈고, 동시에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본인을 반성했다.

    나는 졸전을 평창 동계 올림픽의 브랜딩을 주제로 잡았을 정도로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데, 클래스를 듣고, 스스로 공부하며 로고와 심볼, 시그니쳐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혀버려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수정이라던가, 오차 및 훼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겼고, 또 의문을 가져본 적 또한 없었음이 부끄러웠다. 또 디자이너의 특성상 폰트의 어긋남이나, 심지어 블로그 폰트의 1Pt 차이나 미묘한 색상 차이도 다 잡아내는 본인으로썬 로고 폰트가 제각각이라는 부분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구글이 매번 하고 있는데 왜 나는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


    #4 Responsbility of Artist : 예술가의 의무

    ''모든 행동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좋은 아티스트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꿈꿀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주고,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작품보단 섹션 설명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던 섹션이다. '행동이 차이를 만든다'는 것은 가령 작품 활동에만 국한된 명제는 아닐 것이다. 나는 과연 아티스트로써 사람들에게 생각할 만한 무언가를 제시한 적이 있는가?


    #5 Earth Crisis : 지구의 위기

    ※원본을 트리밍 한 작품사진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섹션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색감이기도 했고, 몇몇 작품의 디테일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색의 표현을 떠나 색의 융화를 위한 점묘라던가, 단순해 보임에도 가까에서 보면 수없이 많은 디테일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지향하는 바와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 나 또한 늘 단순함을 지향하지만 단순하다는 것은 결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음을 알고, 복잡함의 최고점을 찍어야 단순함의 표현이 가능하고, 또 단순함 속에서 깊이가 드러난다는 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젊은이의 추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총평

    만족스럽다. 볼륨은 적당하며 늘 아쉬웠던 조명 또한 만족스러웠다. 대부분의 작품을 빛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안정적인 감상을 했다.

    또 섹션에 따라, 작품의 특징이 있고, 그 특징에 따른 벽의 색상을 달리한 부분은 놀라웠다. 단순히 다른 전시처럼 섹션을 구분하기 위함이 아닌, 작품과 굉장히 조화를 이뤄서 작품을 더욱더 집중해서 볼 수 있게끔 분위기를 유도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강렬한 붉은 색과 푸른색이 많은 섹션의 벽을 초록색으로 칠한 부분 등) 만약 의도한 기획이라면 굉장히 높은 수준의 전시라 생각한다.

    단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미비했던 점은 아쉽다. 프린트물이라도 적어도 그 작품이 누군가를 표현했다면 그 인물에 대한 이름이나 토막 설명이라도 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난 오바마 미前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누군지 모르겠더라.

    또 아쉬웠던 점은 도슨트가 아님에도 학생들을 몰고 다니며(아마 한예종 학생들인 것 같은데) 큰 소리로 작품에 대해 왈가달가 하며 소란을 피우는 무리가 있었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은 전시 주최 측에서 강력한 통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전시 매너에 어긋날뿐더러(5살 꼬마가 아니지 않은가?), 본인은 소란스러움을 피하고 싶어 일요일 늦게 관람을 갔는데, 큰 소리로 왁자지껄 떠드는 바람에 전시 관람에 큰 방해를 받았다. 요즘 같이 인성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세상에서 작품 교육 이전에 기본 예절이 더욱 중요한 기본 소양이 아닐까? (도슨트가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명시된 도슨트 시간이 아니었으며, 단체 도슨트 시간 또한 아니었다.)

    좋은 부분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었던 전시지만, 본인에게는 많은 영감을 얻고 또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전시 그 자체만 두고 본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전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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