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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코르뷔지에 展' 관람기


    '르 코르뷔지에 전' 관람기

    보통 전시는 혼자 가서 조용히 감상하고 전시를 복기하며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과 함께 방문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 관람기는 나와 그의 의견을 종합하여 작성해 본다.


    나의 시선과 생각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십시오.
    반드시 훌륭한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섹션이 너무 많다. 무려 9개다.

    전시가 너무 길고 알차서 외려 지루하고 너무 피곤했다. 좀 더 함축적으로 작가를 보여줄 순 없었을까? 큰 의미 없이 억지로 늘려서 프린팅하는 바람에 흐릿한 사진들로 가득했던 초반 섹션들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묶어서 간단명료하게 풀 순 없었을까?

    같은 주제가 '많은 섹션과 카테고리'에 흩뿌려져 있어서 전시를 보며 내용을 규합하기가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으며 쓸모없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 또 가뜩이나 길고, 복잡하고, 좁은 전시 동선에 왜 사진 촬영을 허가했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조용한 감상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찰칵 소리가 파도를 타서 전체적인 전시의 질 자체를 떨어뜨렸다.

    또한, 전시를 보러 간 것인지, 책을 읽으러 간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텍스트가 너무 많았는데 텍스트의 비중이 이렇게까지 컸어야 한다면 판넬의 폰트나 점프율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함이 맞는데 판넬은 손바닥만 하고 폰트는 어떤 것은 세리프를 쓰고, 어떤 것은 산세리프를 썼으며, 그마저도 자간 행간이 좁고 많은 설명을 억지로 때려 넣다 보니 글자가 덩어리로 보여서 이걸 읽으라고 붙인 것인지 그냥 어떻게든 구색을 갖추려 붙인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기본적인 부분에서 일관성이 너무 떨어져서 급하게 준비한 전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최근 전시 기획자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근래 몇 년간 전시가 매년 줄어 심각한 수준에 있고, 몇 안되는 전시마저 업체끼리의 경쟁과열로 도중 버티질 못하고 도산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아트센터인 '예술의 전당'에서 이 정도로 형편없는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대규모, 유명 작가의 일반적인 전시를 기준으로 봤을 때)

    개인적으로 나에게 전시나 공연을 보는 것은 최고의 휴식 중 하나인데 이렇게 형편없는 전시를 봐야 한다면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아까울 정도이며, 앞으로 굳이 전시를 보러 다녀야 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전시를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작품을 보기 원한다면 외려 트렌디하고 감각이 돋보이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비핸스나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는 게 영감을 받거나 아이데이션하기 훨씬 좋다. 정말 아쉽다.


    총평

    과유불급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하고 싶다. 알차고 좋은 전시지만 마치 요약을 하다만 전시 같은 느낌이 강하고, 없어도 될법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안 그래도 복잡한 전시 동선 위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수용하다가 스크램블 헤드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알차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전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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