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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유 - 법정

    무소유 (보급판 문고본)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범우사 20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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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득 들어찼기 때문에 기댈 만한 여백이 없다.

    바람직한 취미라면 나만이 즐기기보다 고결한 인품을 키우고 생의 의미를 깊게 하여,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진짜 좋은 책이란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 구절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한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게 하고, 안일해지려는 내 일상을 깨우쳐 준다.

    생자필멸 회자정리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하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 너무 집념한 것이다.


    #2

    올해 들어 리뷰를 꼼꼼하고 길게 쓰기 시작했다. 리뷰라 쓰고 어린 시절 독후감이라 읽는 이 글들에 내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 꼼꼼하게 쓰는 이유는 책을 읽으며 그었던 무수히 많은 밑줄들을 다시금 복기하고 책의 소화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사소한 구절 하나에도 줄을 쳐가며 읽는 내가 리뷰를 다시 쓰려면 최소한 그 밑줄 그어진 부분을 모두 다시 읽어야만 하는데 그게 책에 대한 소화력과 이해도를 높이는데 그렇게 좋더란거다. 특히 나에게 무소유라는 책은 반드시 소화해야만 하는 책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전자책을 1000권 이상 사들였을 정도로 전자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지만 무소유는 전자책이 없다. 그의 유언에 따라 책들이 모두 절판된 마당에 전자책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지고 있다.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책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이 책과 함께 하고 싶어 한 이틀 날을잡아 책 내용을 모조리 타이핑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나는 무소유를 좋아하고, 그것을 실천하려 노력하며 그와 동시에 법정 스님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렇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읽고 좋아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어 든 무소유는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던져준다.

    하지만 그 깨달음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테니 각설하고 그냥 나는 문득 그의 필력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법정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입을 다물 틈이 없는데. 첫째는 '아~ 참 맞는 말이구나' 하느라 입을 다물 수 없고, 두 번째로는 그의 단어와 구절 하나하나 모두 흠잡을 때가 없어 '햐~'하고 감탄하느라 입을 다물 수 없다. 지식과 문장력이 부족하여 이토록 짧은 글을 작성하는데도 늘 모자람을 많이 느끼는 내가, 법정 스님의 글을 읽으면 아주 명쾌하고 개운하여 어쩜 이렇게 군더더기 없으면서 딱 필요하고 알맞은 표현들을 사용했는지 항상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요즘 부쩍 내 모자람을 많이 느낀다. 하루하루 빼놓지 않고 읽는 사설이나 칼럼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읽기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책을 읽으며 그 문장력과 생각의 깊이에 감탄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상하게 지금에 와서야 보인다. 경험한 만큼 볼 수 있기에 나는 그 깊이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부가 더 필요한지 사실상 그 척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아.. 이 또한 지식에 대한 욕심인 걸까?.. 우습게도 이 순간까지도 나는 작은 집착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아무렴 어떤가? 더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그만이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