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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살게 되는거 아닌가 몰라.

    혼자 산 지 2년. 시간이 정말 바람같이 흐른다. 처음엔 길을 걷다 스치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외로웠고, 퇴근 후 밤마다 친구들, 선 후배와 통화하며 외로움을 달래곤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누군가 조금만 다가오려 하면 귀찮은 기분먼저 든다.

    남이 자신을 멀리하면 고독, 내가 남을 멀리하며 자유라고 했던가? 뭐 그런 말에 의존한 채 내 멋대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젠 본가에 가도 어색할 정도로 혼자인 게 익숙해져 버려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 집 강아지들을 봐도 동떨어진 기분이 들고 또 내가 써오던 침대에 누워 잠드는 것조차 어색하다. 그 속에 있는 모든 게 내 것이었던 것인데 오히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양 어정쩡하고 어색해서 마치 타인의 방에 들어앉은 것 마냥 낯설고 불편하다.

    예전엔 처음으로 혼자 된 것이 외로웠고, 또 그 외로움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게 두려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더 불편하고 또 그 속에서 외로움이 종종 느껴지는 게 두렵다. 이젠 뭐든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함께 있어도 혼자 같고, 아무리 친한 친구인들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거리 조절 없이 일정 선 이상의 개입은 고맙기보단 '노 땡큐'가 되었다.

    옛날 사람들은 서로 살기가 바빠 연락이 끊어지고, 또 마땅한 소식통이 없었으니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까운 것보다 거리를 두는 게 내 삶이 편하고 더 조용하며 심지어 윤택해지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인들, 사람인지라 감정을 나누다 보니 서운함이 생기고 싸우기도 하고 풀기도 하면서 사는 게 사람 사는 거라고 하지만 그런 문제들 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혼자서 자기 계발을 하고 공부하고 또 웃는 게 훨씬 더 편해졌음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다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 되물으면 우습게도 30년 가깝게 세상을 살아오면서 최소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도 시스템화되어버린 감정이라서 문제가 없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다. (말장난?) 아이러니하게도 내 친구들은 형식적이고 사회적인 관계에서 칼같이 처신 하고 또 유지 하는 내 태도를 부러워 하기까지 한다. 전혀 부러워 할만한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다가 진짜 세상 혼자 살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늙어서 좋은친구 두세 명은 있어야 할 텐데. 오늘은 친구한테 오랜만에 안부 전화라도 한 통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