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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 이건희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국내도서
    저자 : 이건희
    출판 : 동아일보사 199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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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

    신약이나 신물질을 개발하려면 평균 1만 2000번의 실패를 거쳐야하고, 석유탐사에서도 최소한 25번은 실패해야 비로소 하나의 유정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실패는 병가상사(兵家常事)인데도 실패 자체가 두려워 오그라진 사람이 많다.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하고 실패를 자인하는, 용기있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쌀이든 코코넛을 발견한 원숭이는 냉큼 다가와서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쌀을 한 움큼 집는다. 그떄 숨어 있던 사람이 다가가면 원숭이는 손을 뺴고 달아나려 기를 쓴다. 하지만 쌀을 잔뜩 쥔 손을 뺴내지 못해 결국 사람에게 잡히고 만다. 쌀을 포기하지 않은 대가가 이렇게 치명적인 것이다.

    2등은 항상 바쁘지만 1등은 여유롭다.

    그들은 한가해 보이지만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당장 시급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준비해두는 습관이 있다.

    왜 우리 젊은 학생들이 우리 제품을 외면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단지 애국심에 호소하여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간은 한번 놓쳐버리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자원이다.

    목표가 있으면 뒤쫓아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번 세계의 리더가 되면 목표를 자신이 찾지 않으면 안되며, 또 리더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정보화 시대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서 기록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직장인들은 타임 다이어리를 꾸준히 작성해 1년쯤 뒤 평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사소한 것을 따지고 기록하는 것에 대해 쩨쩨하다고 생각하는 실속 없는 대범증부터 고쳐야 한다. 이런 허세가 대충대충 마무리하는 타성으로 이어져 우리 제품, 우리 사회의 기본을 흔든다.


    #리뷰

    지금처럼 인터넷 중고서점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헌책방을 뒤져 어렵사리 구했던 책이다. 지금은 이건희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굉장히 부정적이고, 나 또한 부패한 기업인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언젠가 故 이병철 회장의 기품이나 태도 따위를 닮고 싶어 했던 적이 있었고(내 외할아버지와 굉장히 비슷하다.) 더 나아가 그의 안목과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기에 감정 없이 이 책의 내용만 가지고 리뷰를 작성해볼까 한다.

    약 3주에 걸쳐 이 책을 마무리 지었다. 아니 마지막 페이지를 잠시 덮었다. 다 읽었다고 마침표를 찍기보단 평소에 가끔 펼쳐보며 그 통찰을 조금이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읽는 동안 이 얇은 책을 몇 번이나 책을 펼치고 또 덮었는지 모르겠다. 앉아서 읽고, 자기 전에 읽고, 새벽에 일어나서 읽으며 부지런히 읽었는데도 3주가 걸렸다. 누군가 좋은 책이란 술술 잘 읽히는 재밌는 책이 아닌, 생각이 많아져서 자꾸만 책을 덮게 되는 책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의 통찰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지금의 세태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할 정도로 그 정도가 깊고 매섭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의 출간일을 찾아보게 될 정도다. 이게 정말 20년 전에 나온 책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다. 그 문제점들을 보면서 느꼈던 건 대한민국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그저 고여 있었을 뿐이었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고 빠르게 발전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라 방향성 없이 그저 수챗구멍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란 걸 느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은 아니 우리는 스스로 빠르고 바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자위했던 것이다.

    책을 보니 마음이 조금 조급해진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 지금이야말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꿀 때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도 바뀌어야 할 때다. 말로만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해야 한다고 외칠 게 아니라 정말 변해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상생하고 협력해야 한다. 단파 국민(短波國民)이 아니라 장파 국민(長波國民)이 되어야 한다.

    정말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고 살아가야 한다.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