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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리뷰(Nintendo Exclusive)

    5/5(100) Essential
    (OpenCritic : 96 /MetaCritic : 96)

     Developer : Nintendo, Monolith Soft
     Publisher : Nintendo
     Genre : Action Adventure
     Themes : Action, Open world
     Mode : Single Player

     스토리 ★★★★★
     게임성 ★★★★★ Essential
     그래픽 ★★★★★ Essential
     사운드 ★★★★★ Essential
     값어치 ★★★★★ Essential


    (스크린샷에 아주 가벼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나는 어린 시절의 풋풋한 기분을 느끼길 좋아한다. 그 시절에 비해 삭막하고 회색빛 감정을 가진채 살아가는 지금, 그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다시 만끽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감정 유희라 느낄 만큼 감정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젤다를 보며 다시 느낄 수 없을 줄만 알았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던 그 감정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그렇게 소중한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운 나머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조건인 스위치를 구매하게 된 것이다. '젤다의 전설'이란 게임을 얼핏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무슨 게임인지 전혀 몰랐으며, 이전 시리즈를 아예 본 적조차 없었기에 그저 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구매한 것은 나로선 상당히 이례적이고 맹목적인 투자였다.

    많은 사람이 표지모델을 '젤다'로 알고 있다.
    '저는 링크(Link) 입니다.!'

    그렇게 젤다를 시작하고 적응 시간을 거치면서 주인공의 모습이 변해가고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을 보며 맹목적인 투자에 대한 의구심은 싹 사라지고 엄청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젤다의 전설은 내가 해본 모든 게임 중 가장 성장하는 재미가 충실한 게임이며 레벨업 시스템이 없는 이 게임은 진행할수록 주인공이 아닌 플레이어가 성장하는걸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제가 젤다(Zelda)에요' 공주역을 맡고있죠.

    특히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빨리빨리 진행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고 그냥 진짜 주인공이 되어 모험하고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 든다. 특히 파밍 하는 재미가 '호라이즌 제로 던' 보다 더 뛰어나다. 재료를 모으고, 요리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재미가 쏠쏠하며 어두운 저녁 혹은 비를 피해 바위 아래 공간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요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그 맛은 플레이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맨몸으로 섬에 혼자 던져지기도...

    게임의 현실성은 그 어떤 게임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날씨, 밤낮, 환경의 변화가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낮과 밤이 급변하는 호라이즌 제로 던 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현실성 있다. (높은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져 내리던 비가 눈이 된다든가) 또한 야생마를 잡아 길들이지 않으면 말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던가, 코디가 불가한 점은 단순하지만 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라 신선했다. 특히 온도에 따른 환경 표현은 그 어떤 게임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데 정글 지역에선 습도가 높아서 비를 자주 만나게 되며, 그래픽적 표현이긴 하지만 그 끈적임이 그대로 유저에게 전달 될 정도로 표현이 깊다.

    기도하는 젤다

    내가 가장 놀랍고, 좋았던 부분은 착용 가능한 아이템은 하나하나가 용도와 쓰임새가 다르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게임이 가장 좋은 장비를 얻으면 끝인 반면에 젤다는 상황과 날씨, 그리고 장소에 따라 늘 다른 아이템을 착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귀찮거나,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추울 때 두꺼운 옷을 입고, 더울 때 얇은 옷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이 가녀린 팔로 어떻게 칼을 그렇게 깊숙이 꽂아두었을까?

    젤다는 결과 지향성 게임이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어떻게든 클리어하면 그만이다. 지금까지 내가(당신이) 해봤던 99%의 게임이 제작자가 의도한 대로 유저가 퍼즐을 풀어나가야 하는 방식이었다면 젤다는 제작자는 그냥 판만 깔아놓고 유저가 스스로 의도해야 한다. 그렇기에 같은 사안을 두고 굉장히 다양한 풀이가 도출된다.

    마스터 소드

    그렇기에 이 게임엔 따로 분기점이 없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요구한다. 최고의 무기를 얻는 게 끝이 아니다. 어떻게 적절히 사용해야 하고, 어떻게 분배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를 봐야 한다. 내가 원하면 그냥 바로 최종 보스를 잡으러 가도 된다. 메인 퀘스트 또한 던져 놓을 뿐, 강제성이 없다. 무슨 수를 써서든 잡으면 그만이다. 그래도 모든 스토리는 이어진다. 결국, 한통속이다. 세상살이와 똑같다. 누가 정해를 루트를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가? 그저 동시다발적인 모든 사건을 그때그때 선택과 판단을 할 뿐이다.

    링크와 젤다의 회상

    오픈 월드 게임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퀘스트에 대한 흡입력이 없다는 것인데(다른 게임은 퀘스트 말고 할 게 없기도 하지만) 젤다는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신전을 클리어하기도 하고, 코록 씨앗을 모으기도 하고, 아니면 맵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탐험을 하기도 한다. 퀘스트 말고도 할 게 많으므로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 선택과 판단만 있을 뿐, 결국엔 그 모든 게 끝을 위해서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냥 한통속이다. 고구마를 예를 들면 시작점은 같고 중간 동선을 다양하지만, 끝은 결국 모이게 되는 원리와 같다.

    다시 만난 젤다

    또 모든 퀘스트는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 보통 게임에선 초면임에도 말도 안 되고 어려운(목숨을 걸어야 하는) 부탁을 하는 사이드 퀘스트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젤다는 정말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냥 던지듯 부탁을 해도 들어줄 법한 부탁을 한다. 예를 들면 더워서 수박을 먹는 여인이 버린 수박 껍질이 자꾸 수로에 흘러 내려와서 울고 있는 아이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던가 하는 것 처럼 말이다. 

    굵직 굵직한 보스전은 블러드본을 떠올리게 한다.(스포가 있어 모자이크를 하였다.)

    즉 퀘스트의 무겁고 가벼움이 확실하다. 하지만 무거운 퀘스트 일지언정 언제 어디서나 유머코드가 산재해있어서 게임을 하면서 웃을 일이 상당히 많다. 정말 한편의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면 본인이 소환한 공 앞아서 폼잡다가 굴러떨어지는 보스몹이라던가, 바람이 불어 여장한 NPC의 수염이 드러난 것을 보고 당황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라던가, 강화 요정의 입 냄새에 어질어질하는 모습이나, 염색을 하러 갔다가 물에 빠지는 모습 등 별것 아닌 사소한 요소들이 모여 게임이 무겁지도, 또 가볍지도 않게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내가 생각하는

    또 퀘스트와 연계되는 120개의 신전은 젤다의 꽃이라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재밌다. 난 개인 적으로 게임속에서 던지는 머리 아픈 퍼즐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나도 흥미진진하게 즐겼을 정도로 퍼즐의 종류가 다양하고, 재밌다. 난이도가 엄청 어렵지도 않고, 조금만 원리를 생각하면 될 정도로 적당해서 아이들에게 신전 퍼즐만 풀도록 만들어도(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창의력 향상에 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최대의 명대사

    특히 신전과 미니게임 그리고 게임 전체적인 부분에서 드러나는 물리 요소는 정말 기가 막힌다.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실험 삼아 해봐도 되는 게 신기할 따름. 특히 땅에 박혀있는 상자를 그 방향으로 빼지 않으면 빠지지 않는다던가, 비 오는 날 금속 무기를 적에게 던져 번개를 유도한다든가, 혹은 사과나 바나나를 던져 적을 유인하여 암살한다던가. 특히 몬스터의 AI가 기가 막히는데 예를 들면 주인공이 던진 폭탄을 다시 주인공에게 던진다든가, 멧돼지를 사냥해서 불을 피워 구워 먹는다던가, 무기를 옆에 두고 자다가 놀라서 허둥대다 죽는 일도 있다. 이런 다양한 행동 양상은 천편일률적인 다른 게임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돌아서서 링크를 바라보는 젤다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보통 평가에 의하면 처음부터 100% 달성을 목표로 게임을 진행하면 약 300시간, 그리고 보통의 경우 약 400시간에 100% 달성 플레이 타임이 나온다고 한다. 얼마 전엔 약 출시 2주 만에 270시간 100% 기록을 달성한 사례도 있었다.(잠 안잠? 밥 먹음? 안 나감?)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 젤다

    볼륨이 크고 오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한다면 최고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오픈 월드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길어야 60시간, 호라이즌 제로 던이 100% 달성률 및 플래티넘 달성에 약 40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호라이즌의 약 10배 정도 볼륨을 가진 실로 어마어마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처음 깨어난 언덕으로 다시 돌아온 링크

    BGM을 빼놓을 수 없는데 모든 장소에서 모든 음악이 잘 어울리고, 또 코믹하다. 이보다 더 훌륭한 BGM을 찾을 수 있을까? 특히 밤낮에 따라 같은 음악임에도 낮에는 경쾌하게 흘러나오고, 밤에는 조금 느리면서 낮게 흘러나온다. 정말 환상적이다.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는 로딩은 빠르진 않아도 이 정도면 굉장히 준수한 편이며 알려진 것 처럼 프레임 드랍이 심하지 않다. 거의 95%를 독 모드로 즐겼지만, 프레임 드랍을 느꼈던 구간은 코록숲 말고는 한 차례도 없었으며, 프리징 현상이나 여타 알려진 모든 버그를 겪은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젤다와 링크. 그리고 마스터 소드

    언어적인 부분의 경우 압박이 심한 편은 아니다. (영어로 플레이) 번역기를 돌려가며 게임을 하는 행위는 굉장히 흐름을 방해하므로 종종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보고 유추해가며 플레이하면 충분히 진행할만한 수준이다. 

    그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다. 게임을 실행하면서 '오늘은 어떤 걸 보고 또 경험을 하게 될까?'하며 설랬던 게임은 젤다의 전설이 처음이었다. 내 삶의 최고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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