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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다.

    보통은 새벽녘에 눈이 틘다. 바깥은 먹먹하거나, 혹은 아주 어둡다.

    일어나면 노상 스마트폰이나 꺼내어 밀린 메세지를 확인하고 이모티콘 따위를 두어 개 보내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그렇게 누운 상태에서 스트레칭을 간단히 하고 일어나 침구를 정리한다. 난 늘 깔끔하게 정리된 걸 좋아한다. 그리곤 화장실에 들어 볼일을 보고 밤새 하얗게 질려 있는 날 보며 씨익 웃는다.

    그리곤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측정하고 인바디를하고 어플을 켜서 수면과 체중 따위를 동기화시킨다. 일종이 아침 의식이다. 체중이 올랐느냐 빠졌느냐 보합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기분을 10% 정도씩 좌지우지한다. 오늘은 덜먹자, 더 먹자, 적당하다가 나뉘는 것이다. 자기 관리에 실패해 살이찐 내 모습은 생각만 해도 싫다.

    난 스스로 흐트러진 모습을 남들에게 보인 적이 별로 없다. 보여준다면 가족 정도일까. 10년이 넘은 가장 가까운 친구들도 그런 모습을 몇 번 보지 못했다. 자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풀어진 내 모습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내 모습 중 하나이다. 딱히 남자다운 편은 아니지만 늘 남자는 경박스럽지 않고 묵직하면서 냉철하고 분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정신이 들면 물을 한 컵 따라 마시면서 동시에 냄비에 물을 끓인다. 면을 삶기 위해서다. 일전에 방문하신 부모님이 주시고 간 냉면이 꽤 단순하고 내 입맛에 잘 맞는다. 난 열이 많이 올라오고 속이 아픈 게 괴로워 조미료를 쓰지 않는데, 면에 육수만 부어 먹어도 입맛에 잘 어우러지고 또 시원한 육수가 정신을 번뜩이게 해주며 속에 들어가도 부담스럽지 않고 소화가 잘되어 요즘 푹 빠져 있는 메뉴다. 아 참 이땐 꼭 원목 젓가락을 쓴다. 아침엔 따뜻한 성질의 물건이 왠지 좋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면 어머니가 직접 담가 보내주신 여러 과일청들 중 하나를 골라 내가 좋아하는 컵에 타서 마신다. 어머니의 음식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최상의 음식이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속병을 앓고 난 이후로 그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어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세상에서 가장 깔끔하고 정갈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나를 너무 깔끔하게 키우셔서 가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밥을 못 먹었을 정도니 그 정도가 가늠되는가? 더군다나 맛까지 훌륭하다. 하지만 많이 먹을 순 없다. 살이 많이 찌니까. 하루 한 잔이 적당하다.

    이렇게 오늘의 한 끼를 마친다. 요즘은 1일 1식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몸이 매우 가볍고, 피부도 맑고 고와졌다. 마치 절간에서 디톡싱을 하는 기분이랄까. 가뭄에 콩 나듯 맥주 한 캔 정도를 마시고 담배 따위는 입에도 대지 않으니 음식 말고는 피부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가 별로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종종 배고픔이 견디기 힘들기도 하지만 사실 편한 속과 가벼워진 몸이 그런 고통을 말끔히 씻겨준다. 단순히 좋지 않은 걸 하지 않을 뿐이다.

    든든한 상태로 사명과 목표를 읽는다. 거창해 보이지만 올해의 목표 같은 연례행사로 해오던 가벼운 것들이다. 몇몇 긴급한 목표는 샤프로 매일 적는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함이고, 상기시키기 위함이며, 100일 정도 하면 반드시 이뤄지지란 혼자만의 소망의식 같은 거다.

    이때쯤 되면 바깥이 푸르딩딩해지면서 하늘이 조금씩 밝아온다.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