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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관람기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관람기

    전시는 보고싶고, 볼 전시는 없던 요 근래에 영감(?)을 수혈받지 못해 허우적 대다가 저번주에 개관한 '블라맹크展'을 보러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블라맹크 展'이라 의미가 깊지만 아쉽게도 야수파 회화는 제외된 채로 전시가 진행되며(따로 영상으로 볼 수 있음) 8월 20일까지 개최 된다. 


    나의 시선과 생각

    블라맹크가 끊임없이 글을 쓴 것은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기 위함이 아닌
    시대의 삶의 현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으며
    소설, 시, 자서전을 통해 사회 철학적 성격의 개인 성찰의 길을 탐구하여 신념이나 질문을 정형화시키기 위함이었다.


    #1 세잔의 시기 - 파리 근교

    '사람들은 미술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편협한 규범에 집착한다'

    이 섹터는 원근이나 화법, 형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굉장히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아마 무언가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유행과 획일성을 따지지 않은 그의 스타일이 가장 잘 나타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2 제1차 세계대전 이후 - 발 두아즈 그리고 파리 근교

    '나는 어떤 체제에 순응하지 않으며 고착된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세잔의 견해로부터 물려받은 구성에서 벗어나 아주 독창적인 길로 들어섰는데 특이한 것은 이 시점부터 원금과 깊이가 생기고, 흰색의 사용이 많아지지만, 색이 뭉개진 부분이 많고 사선 구도의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난 그가 조금은 통용되는 것에 순응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3 샤르트르 근교, 노르망디, 브리타뉴

    '난 아무것도 원한 것이 없었다. 인생은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며, 내가 본 것을 그렸다.'
    - 블라맹크의 유언

    화풍이 전체적으로 완숙하고 물감이 더욱 두꺼워진 시기였다. 순응했을 것이란 내 생각과는 달리 다시 유행을 따르지 않는 면모를 보이며 대부분 작품이 소점을 가진 구도와 함께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이 주를 이룬다. 터치가 굉장히 뭉턱뭉턱하고 급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총평

    나쁘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혼자 두어 번 훑고 좋았던 작품과 내 생각들을 메모한 뒤, 도슨트를 따라 설명을 한 번 더 들었는데 내가 혼자 그림을 보며 느꼈던 부분들을 도슨트가 똑같이 짚어서 많이 놀랐다. 미술사를 잘 모르고 그림을 좋아할 뿐인데 이렇게 조금씩 보는 눈이 틔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참 좋았다.

    단 아쉬운 건 아무리 작가가 코멘트를 달기 좋아했다곤 하지만 종종 그림과 상관이 없는 구색용 코멘터리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그림을 보는 데 집중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핵심적인 부분을 축약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이뤄지지 않아서 관람객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보다 설명을 읽는 시간이 대체로 더 길었다.

    마지막 섹션은 말로는 하이브리드 전시라고 하지만 전시되고 있는 작품 자체가 적고 섹션이 3개밖에 되지 않아서 억지로 2개 섹션관을 의미 없는 미디어 체험관을 집어 넣은 게 눈에 빤히보여 정말 아쉬웠다. 차라리 가뜩이나 오밀조밀하게 전시된 작품들을 조금 더 넉넉하게 전시하고 미디어 관을 축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시의 양으로 질을 따져선 안될 문제지만 그 전체적인 볼륨 자체는 일반적인 전시 가격을(13,000) 주고 보기 아까운 수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