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호안 미로 특별 展' 관람기


    '호안 미로 특별 展' 관람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호안 미로 특별전에 다녀왔다. 예술의 전당이나 대림 미술관은 자주 갔어도 세종문화회관은 직접 방문하긴 처음이었다. 첫 방문이기에 전시뿐만 아니라 동선이나 빛의 사용, 기획력 또한 세심하게 관찰하였다. 우연히도 입장하는 순간 도슨트가 시작되었기에 많은 군중과 동선이 겹칠 것을 생각하여  이례적으로 도슨트를 한번 들어보고 다시 한 번 나 혼자서 처음부터 찬찬히 전시 감상을 하는 쪽으로 관람 방향을 정했다.


    나의 시선과 생각

    #1 호안 미로 작품의 근원

    땅, 땅, 무엇보다도 땅, 바로 땅이다. 나보다 강한 무언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상적인 산, 그리고 하늘...
    나는 독일의 낭만주의가 바라보는 시각적인 의미보다는 나의 영혼을 향한 이 형태의 충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벨베르 숲, 1910
    (포스팅에 있는 모든 멋진 작품들은 직접 촬영한 작품 사진을 보정 하였으며 실제 색상과 약간의 차이가 있음)

    첫 번째 섹션에서는 벨베르 숲이라는 작품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은 호안 미로의 초기작으로써 미로의 작품 중에선 세밀한 풍경을 볼 수 있는것이 특징이며 평범함 속에서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색상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 또 한 작품을 만들 때 똑같은 색을 뿜어내기보단 이렇게 강렬하고 독특한 색상을 쓰길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다.

    마을 근처 풍경 속의 사람들, 1965

    또 하나 내 시선을 확 끌었던 작품은 '마을 근처 풍경 속의 사람들' 이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호안 미로가 모두 작업한 작품이 아닌 그 당시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던 풍경화를 구매하여 그 위에 직접 호안 미로가 덧씌워 그린 작품이다. 난 이 작품에서 장난스러우면서도 강약이 뚜렷하고 샤머니즘의 느낌을 받기도 했다.  특히 같은 색상을 사용하면서도 테크닉을 달리하여 여러 가지 느낌을 준 부분도 참 좋았다.


    #2 시, 기호, 리듬, 절제와 명상

    화가는 시인처럼 작업한다, 먼저 단어가 떠오른다, 생각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우리는 인류의 행복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지 않는다!
    이와 정 반대로 우리는 정처를 잃고 헤메고 있다.

    미로는 협업으로 시너지 내기를 즐겼으며 폄하 되고 있던 수공예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특히 일본의 젠사상과 시를 좋아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스타일의 변화가 여러 차례 보이는데 이는 그가 장수했던 작가이며 삶을 살며 여러 곳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


    #3 마요르카, 창조적 공간

    이 섹션에서는 미로의 미완성 작품 몇 점과 그가 작업했던 세르트 작업실과, 손 보테르 작업실의 풍경을 살짝 볼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미로가 사용했던 물건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4 말년의 열정, 독창적 색과 표현

    질감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이는 출발점이다. 질감은 작품을 지시한다. 작품을 수여한다.... 일종의 대화가 존재한다,
    이는 명백하다. 질감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 섹션에선 미로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었다.(적어도 나에겐) 질감에 대한 집착. 나 또한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질감 덕후(?)이기 때문에 그와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다만 나는 그와 질감을 수집하고 바라보는 시각 자체는 다르다. 그는 작품을 여러 질감으로 표현하기 위함이었다면 나는 시작은 디자이너로서 내 작업에 필요한 질감을 추출하는데 있었지만  언젠가 부터 그게 내 소소한 취미가 되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질감에서부터 '프랑스 대리석의 질감' 이라던가, '베니스 물의 질감', '피렌체 바닥 벽돌 질감' 같은 조금 더 구체적인 질감을 수집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5 자연의 도식화

    형태는 변형하면서 발생한다. 그들은 서로 교류하면서 기호와 상징의 세계의 현실을 만들어 낸다.
    이 세계에서 상(像)은 하나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데... 이는 성좌의 이젤에서 사라질 것들이다.


    총평

    처음으로 관람한 세종문화회관의 이번 전시는 전체적으로 결코 묵직하진 않았지만 작품의 배치나 빛의 사용, 동선, 기획 모두 마음에 드는 몇 안 되는 전시 중 하나였다.


    #작품의 배치

    그저 작품을 벽에 설치한 것이 아닌 아주 센스있게 양면 작품을 아주 센스있게 전시한 것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여태껏 많은 전시를 봐왔지만 이렇게 센스있게 설치된 작품은 처음이었다. 


    #동선, 기획

    전시 동선은 깔끔했다. 작품을 보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이 흘러가지 않았으며 각 섹션마다 컬러로 명확하게 구분을 두어 섹션 혼동을 막은 것도 좋았다. 다만 전시 동선이 아닌 서비스 동선은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조금 더 깔끔한 휴식 공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며 전시 중간 즈음 컨넥션이 바로 되지 않고 출구가 존재하여 약간 혼동을 주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기프트샵이 어떻게 보면 전시 내부 공간에 존재하여 전시를 보지 않고는 외부에서 접근이 불가했는데 이런 부분은 상당히 좋은데, 보통 전시를 보지 않고 도록을 훑어보고 가는 경우가 많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프트샵이 컨넥션 도중 입장 가능하여 약간은 흐름을 깨는 구성도 아쉬웠는데 이는 전시공간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빛의 사용

    굳이 따로 평가하는 이유는 빛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 대림, DDP 그리고 그 어떤 미술관을 가도 이렇게 빛을 부드럽고 작품 감상에 방해받지 않도록 설치한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관람 도중 어떻게 이렇게 빛이 부드럽게 도포되는지 서너 번은 확인했을 정도였으며 여타 미술관에서 빛 때문에 관람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너무 많았는데 세종문화회관은 전혀 그런 것들이 없었다.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마치며

    얼마 전 DDP 백남준 쇼에서 하도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그 반사효과로 이번 전시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특히 전체적인 전시도 좋았지만, 그 외적으로 내가 중요시하는 동선이나, 빛이 워낙에 마음에 들어서 그 만족도는 더욱 크다.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관람하지 못하였다면 반드시 관람하길 추천한다.

    PS : 도슨트의 설명과 유머러스함도 상당히 좋았다. 생각보다 꼬인 작품(?)이 많으므로 설명을 한번 듣고 다시 한 번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