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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정장

    언젠가부터 내 버킷 리스트에 적혀있던 작은 목표 중 하나는 '아버지 정장, 구두 맞춰 드리기' 였다. 비록 최고급 명품 정장과 구두는 아니지만 나름 기분 좋게 목표 달성했다. 예전에 피렌체에서 사다 드린 벨트와 함께 입으시면 참 멋있으실 것 같다.

    이상한 건 목표를 달성하면 보통은 뿌듯하고 홀가분한 성취감이 들기 마련인데 외려 지금은 내가 좀 더 잘나고 뛰어난 사람이면 더 큰 걸 해드릴 수 있을 텐데 하는 먹먹함만 가득하다는 것이다.

    보통 크고 작은 목표들을 이루면서 느끼는 점은 내 발전이나 만족을 위한 목표는 달성하면 그저 기쁠 뿐이지만 가족을 위한 목표는 달성하면 기쁨과 먹먹함이 공존한다는 것 다만 그 가치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은 같기에 모든 성취는 소중하다.

    먹먹한 김에 약간 쎈치해지는 날이다. 항상 내 모든 것들이 나 혼자 힘으로 이뤄지지만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명심하면서.

    결론은 더 넓고 큰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