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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2

    군대 시절 백석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매력에 빠져 그의 시집을 탐독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연히 들렀던 서점에서 그의 시집을 다시 만났다. 고즈넉했던 시집의 표지가 조금은 멋스러워졌다. 아마 영화 '동주'의 여파로 세상 밖으로 새 옷을 입고 얼굴을 비췄으리라.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그의 시에 잠깐 녹아든다.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더불어 어렴풋이 군 시절의 추억도 함께 섞여 다가온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연등을 하며 밤 12시까지 책을 보던 군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아아... 내 젊음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었구나....


    #3

    이 책은 올해의 목표 독서량에 카운트 시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