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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or Your Life - 색, 다른 공간 이야기' 관람기


    'Color Your Life 색, 다른 공간 이야기' 관람기

    오늘 대림미술관을 다녀왔다. 사실 오늘 일정은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클림트, 베토벤을 만나다' 음악회를 갈 예정이었지만.. 표 확인 도중 실수로 취소를 해버리고 말았고, 문의를 했지만 환불이 끝나 복구가 불가능하단 말만.. 현장 티켓팅이라도 하려고 예술의 전당에 문의하였지만 남은 좌석이 너무 극소량이라 확신이 없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아쉬운 마음에 다른 뮤지컬과 전시회 등의 프로그램을 찾아보던 중 때마침 대림미술관에서 괜찮은 전시를 하길래 관람을 결정하였다.! 쾅쾅 난 원래 본가에 있을 땐 전시를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어(친구들은 내가 워낙 꼼꼼하게 봐서 같이 안가려고 한다.) 주로 혼자서 각종 전시를 찾아다녔는데 서울에선 처음으로 혼자 전시를 관람하러 갔다. 나름 화려한 솔로의 로망에 젖어 대림미술관으로 총총 ..


    나의 시선과 생각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입장! 티켓팅을 하고 전시장을 한바퀴 주욱 둘러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대림미술관 앱을 실행하여 앱에서 나오는 모바일 투어 도슨트를 들으며 천천히 관람을 시작했다. 모바일 투어를 위한 대림 미술관 앱은 생각보다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용도중 버그도 좀 보이긴 했지만 앱을 설치하고 회원이 되기만 하면 20% 현장 할인과 동시에 도슨트 없이 즉석 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특히 도슨트 시간을 일일이 맞춰 전시 관람을 할 필요가 없고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작품을 제대로 보기도 어렵고 핵심 작품만 해설하는 도슨트와 달리 모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원할 경우 반복 청취가 가능한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작품 감상은 도슨트 없이 혼자서 조용히 작품을 음미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1 Color is everywhere - 일상의 발견

    이 섹션은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 깊었다. 일상 속에서 찾은 컬러들을 바탕으로 팬톤 컬러를 동시에 추출해내는 것에서 개인적으로 색감과 사진에 대한 영감을 정말 많이 얻었다.

    안젤리카 디스 - Humanae

    특히 나는 위 작품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살색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다.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여 인종과 피부에 대한 고정관념과 사회의 맹목적인 분류체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아주 잘 제시하는 작품이었다. 


    #2 Color Meets Material - 재료와의 만남

    이는 제목 그대로 재료에 스며든 색상을 표현한 작품들. 유리 외에도 가죽, 금속, 패브릭 등등의 재료에 색상이 스며들어 있다.


    #3 Color Challenges Design - 디자이너의 영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던 섹션이다. 개인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항상 삶의 동선을 생각하며 조금 더 효율적으로 모듈화  하여 언제든 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게 내 삶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도 그와 비슷하고.. 이 전시에선 그 모듈에 대한 가능성과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으며, 그에 대한 확신 또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4 Color Completes Furniture - 가구로의 완성

    개인적으로 의자를 좋아하는 나로선 참 반가웠던, Furniture라는 표현보단 Chair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섹션이다. 실제로 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의자들을 관람할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의자에 관한 내용은 예전에 제가 작성한 2016/02/18 - 의자의 역사를 참고!


    #5 Color Paints Space - 공간의 이야기

    개인적으론 큰 비중이 없었던 섹션이었다. 그냥 이전 섹션 마무리 지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 억지로 꾸며놓은 느낌이라 큰 공감을 하기 힘들었고, 더불어 영감을 추출하기도 쉽지 않았던 섹션..


    총평

    개인적으로 전시회를 여러 차례 열었던 경력이 있으며, 전시 디렉팅을 한 경험도 여러 번 있다. 그렇기에 미술관에선 단순히 작품만을 보기보단 조명의 배치나, 단어 선택의 일관성, 동선의 효율 등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이번 전시를 보며 느꼈던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들을 몇 가지는


    #1 - 일관성 - 유리, 가죽, 금속, 패브릭? 

    패브릭을 직물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면 조금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부분 같지만 이런 부분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2 - 조명

    조명의 설치가 조금은 안쪽 레일을 타고 있어 그림자 때문에 전시 관람에 어마어마하게 방해가 되었다. 천장 레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할로겐을 대충 설치한 것인지, 의도하고서 그런 조명을 설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의도했다면 좋지않은 조명이란 생각이 든다. 


    #3 - 동선

    대림 미술관은 순수한 미술관이라기보단 상업적인 성격이 정말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상업적 공간에 대한 비중 또한 꽤 높고. 그렇기에 전시공간에 대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약간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전시장이 매우 좁은데다 중간중간 옆길로 빠질 수 있는 동선이 풀리는 통로들이 존재해서 전시를 보는데 상당한 방해가 되며 집중이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다. 마치 개미집 같달까.


    #4 - 작품의 배치

    항상 전시기획의 아쉬운 부분은 작품을 보러 왔는데 작품을 도저히 볼 수 없게끔 만들어 놓는다는 거다. 이번엔 Color Completes Furniture 섹션이 그랬다. 어찌나 높이 올려놨는지 아무리 보려 해도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심미성도 중요하고 이슈가 될 만한 부분도 중요하지만 전시의 본질은 관람객이 그것을 보고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느낌을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항상 간과 하는 것 같아 정말 아쉽다. 


    #5 - 마치며

    최근엔 주로 뮤지컬을 주로 보러 다녔었는데 오래간만에 좋은 전시를 보며 또 다른 영감들을 많이 얻어 정말 기뻤다. 특히나 디자인에 대한 회의감을 조금은 불식시켜준 전시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더욱 뜻깊다. 혹시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 분이 계시면 꼭 가셔서 관람해보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