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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증발 - 레나 모제

    인간증발
    국내도서
    저자 : 레나 모제(Lena Mauger) / 이주영역
    출판 : 책세상 201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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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읽기 전부터, 그리고 읽으면서도.

    읽기 전 제목만 봐서는 (적어도 인간증발이란 걸 전혀 몰랐을 땐) 일본인의 높은 자살률 따위를 다루고 또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한 전문서적인 줄 알았다. 보통 한국은 일본이 겪은 사회적 문제를 약 10년 텀으로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금 앞서서 한국의 다가올 미래를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책은 내가 읽기 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 제목 그대로의 인간증발을 주제로 삼는다. 실패하고, 많은 빚을 지고, 아니면 죄를 짓거나, 혹은 형편없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가족과 지인에게서 홀연히 사라진 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신분을 숨기고 일용직 노동자로, 혹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뜻한다. 한마디로 PC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이러한 현상은 사실 수십 년째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던 현상인데 일본인들 사이에선 거의 금기시 되는  국가적 치부인지라 대외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일본인들은 사회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본인들에게 이익이 되면 철저하게 감싸고, 반대로 문제가 상대적으로 작다 하더라도 본인들에게 손해가 있으면 철저하게 배척하고 공격하는 종족 성향을 가졌으니(한국과는 정반대다.) 이러한 성향을 고려하면 이런 심각한 사회문제를 이제서야 알게 됐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책에선 실제로 증발 뒤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 그리고 가족이 증발하였는데 주변의 이목이 두려워 실종신고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수년~수십 년이 지나서야 결국 사망신고를 하는 가족들의 생활상을 다루는데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한국은 인간증발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인간증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회적 실패나, 본인들에 대한 자괴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등 주로 죄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된다. 타인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미안하게 느끼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차라리 사라져버리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개인주의를 빙자한 이기주의가(한국형 개인주의) 만연하고 보통의 손해 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특성상 적어도 남들에게 손해를 끼칠지언정 본인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이런 특성을 가진 종족이 단순히 죄스러운 마음 때문에 본인들의 생활을 버리고 수십 년간 신분 세탁을 하고 살아갈 리는 만무하므로 적어도 인간증발은 일본 사회에 맞는 국가적 문제일 뿐이다. 

    한 번쯤 읽을 만 하지만 추천의 대상은 애매한 책이다.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