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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사회 - 김민섭

    대리사회
    국내도서
    저자 : 김민섭
    출판 : 와이즈베리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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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

    내가/우리가 이 사회에서 주체성을 가진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

    우리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현상을 바라보고 사유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의사 결정권자는 언제나 자유롭게 회의 안건을 내고 소통하자고 하지만 그 누구도 화답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개인은 주체와 피주체의 자리를 오가면서 주체가 되기를 욕망하고, 타인에게 순응을 강요한다.

    어쩌면 가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위한 ‘대리’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우리는 너를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주체와 대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두 세대의 희생이 필요한 시대다. 아이의 부모는 일하고, 은퇴한 조부모가 손자를 돌보고, 이것은 어느덧 한 ‘집안’이 살아남는 방식이 되었다.

    사회는 우리를 ‘대리인간’으로 만든다. 나아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한다. 그러한 대리사회의 욕망은 결국 모두를 집어삼키고, 주체로서의 자리 역시 빼앗는다. 하지만 그러한 고난의 시간을 추억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10년 가까이 연구자로 있는 동안, 외로운 한 존재를 바라보는 이들은 그보다 더 외롭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들이 상처받기 이전에 ‘고맙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가면 모두 추억이 될 것이라 믿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동류’이지만 ‘동료’가 될 수 없는 사이

    아무 문제가 없는 공간에서 왜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는지 알 수 없다면서 나간 자들의 나약함을 탓했다.


    #리뷰

    오랜만에 느끼는 진심이다. 정말 진심이 담겼다. 보는 동안 종종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그처럼 삶이 무겁지 않았겠지만 나 또한 얼마 전까진 그와 별반 다를 것 없었던 회색 도시의 1인 가구였기 때문이다. 끝없는 외로움과, 한없이 깊은 절망 속에서 자신을 원망하며 살아온 아주 가까웠던 과거가 스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그처럼 치열했던가?, 그저 안주하고 삶에 만족하며 풍류나 즐기며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그 시간이 나에게 이유 있는 인고였을 것이라는 건 나의 합리화가 아닐까?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한다. 최근에 읽고 있는 롭 무어의 레버리지를 읽으며 느낀 대리사회와 비슷한 이야긴 줄 알고 집어 들었는데 진짜 대리운전을 하며 대리 사회를 말하니 조금은 황당하고 실소가 나오기도 하는 책이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똑같은 말들을 지속해서 던질 뿐이라 책의 깊이는 조금 아쉽다.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