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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일종의 시장 조사 같은 행위

    며칠 전 병원을 방문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두드러기가 조금씩 올라오는 걸 보니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 주사에 약이라도 미리 좀 지어놔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또 피부에 일부에 작은 얼룩이 생긴 탓이기도 했다.

    내가 가는 피부과의 땅딸막한 할아버지 의사는 아주 호방하다. 그 때문인지 나도 거기에 가면 태도가 시원시원해진다. 그렇게 그날도 시원시원하게 진료를 마치고 당연히 별것 아니었음을 듣고선 약을 타서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무심히 발걸음을 놀리다가 문득 잠깐 서점에 들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서점에 간다는 건 뭐랄까. 일종의 시장 조사 같은 행위다.

    난 이상하게 다른 건 별로 가지고 싶은 게 없는데 책만큼은 그 욕구를 참기가 힘든 이상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사실 이쁜데 필요가 없거나 그저 가지고만 싶은 것들은 사봤자 성격상 버리기 때문에 절대 구매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 그 원칙도 책 앞에서만큼은 관대하다. 

    그런 것이다. 적어도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게임 같은 건 재미보단 종종 스트레스를 더 받게 만드는 파란 플라스틱 쓰레기 정도일 뿐이고(뭐 의미 없는 성취욕은 있지만) 좋아하는 옷이나 물건 따위는 사봤자 몇 달 후면 신제품이 나오고 그 굴레가 끝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새 나이키 운동화와 러닝복이 가지고 싶긴 하지만)

    뭐 이러저러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종합 건데 독서는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많은 책을 구매해도 제대로 된 지출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뿌듯하고, 덤으로 머리까지 똑똑해지는 기분에, 사람도 별로 오지 않는 이 작은 블로그에 글이라도 하나 쓸 수 있는 핑계가 생기니 이걸 취미로 만들자고 다짐하게 됐달까.

    뭐 쨌든 이렇게 가끔 서점에 들러 시장조사를 하는 이유는, 주로 난(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자책을 구매해서 책을 읽는데 이렇게 터치 몇 번으로 책을 고르고 구매하고(이렇게 산 게 1,000권이 넘었다.) 또 읽다 보면 진짜 현실에서 베스트 셀러라고 떠들어 대는 책이 뭔지, 또 어떤 책이 (주인공은 사실 읽지도 않았을) 드라마에서 튀어나와서 인기가 급상승 중인지 파악하는 눈이 굉장히 옅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순위를 파악하고 그렇게 책들을 구경하고 종이에 수십 명의 손을 거쳤을 책은 되도록 만지지 않으면서, 또 어떤 책들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되었나 확인하고,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저 매대에 있는 책을 좀 훑어보고 싶은데 쟤는 왜 도서관도 아닌데 저 앞에서 죽치고 책을 읽고 있는 걸까 생각하며,

    그렇게 시장조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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